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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한국 단편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전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전문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 세 희 1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어머니․영호․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 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 더보기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최시한) 줄거리, 해석, 논제 줄거리 나는 매일 일기를 쓴다. 노트 필기는 하지 않더라도 편지나 일기만큼은 반드시 쓰는 나이다. 같은 반 윤수가 운동장 조회 중간에 쓰러져 나는 윤수를 업고 양호실에 갔다. 윤수는 몸이 약한 아이이다. 말도 더듬는다. 윤수를 양호실에 눕혀 놓고 나오려고 하는데, 윤수가 옆에 있어 달라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며칠 지나서 윤수는 하굣길에 나에게 빵을 먹지 않겠냐고 한다. 나는 윤수와 함께 빵집에 간다. 윤수는 빵집에서 어렵게 말을 꺼낸다. 그것은 국어 시간에 왜냐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봐 달라는 것이다. 숙제는 ‘허생전’의 줄거리를 잡아오는 것이다. 윤수의 숙제를 보는데, ‘아무도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서 허생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버렸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윤수를 다시 .. 더보기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최시한) 전문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최시한 7월 1일 남들은 즐겁게 사는데 나만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럴만한 뾰족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으니, 어디 심하게 아프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다치고, 똑같은 노릇을 날마다 되풀이하면서 다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모르겠다. 좌우간 즐거운 사람들 때문에 시끄럽다. 거리와 차 속을 가득 채운 유행가, 아무 데서나 터지는 방정맞은 웃음소리, 기름진 음식들을 우적우적 씹는 소리, 삼삼칠 박수소리, 와아 하는 함성, 함성, 우우우, 너는 왜 즐거운 표정을 안 짓는 거지?――한 달쯤 앓고 나타나면, 나를 손가락질하며 그렇게 따지지는 않겠지. 좀 이상한 방법이긴 하지만, 즐겁지 않은데도 즐거운 척하는 것보다는 낫다. 7월 2일 K는 직접 볼 때보다 생각할 때가 더 좋다.. 더보기
채봉감별곡(추풍감별곡) 전문 어젯밤에 불던 바람은 금성(金聲)이 완연하다. 모란봉 추운 바람이 단풍과 낙엽을 흩날려서 평양성중으로 불어 떨어뜨리는데, 사정없이 넘어가는 저녁빛에 홀로 서창을 의지하여, 바람에 불려 떨어지는 낙엽을 맥없이 보며 앉아 있는 여인은 평양성 밖에 사는 김 진사 집 처녀 채봉이라. 김 진사는 평양에서도 조신하는 양반이라. 문벌과 재산이 남부럽지 않을 만하지만 슬하에 일점 혈육이 없어 항상 한탄하더니, 만년에 딸 하나를 낳아 이름을 채봉이라 하여 금옥같이 기르니, 채봉이 재주가 총명하여 침선여공(針線女工)과 시서문필(詩書文筆)이 일취월장하고, 화용월태(花容月態)가 미인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라, 김 진사 내외 극히 사랑하여 장차 그와 같은 짝을 구하여 슬하의 낙을 보려 하고 널리 서랑을 구하나, 그 부모의 생각.. 더보기
채봉감별곡 (추풍감별곡) 줄거리, 해석 줄거리 평양에 사는 김 진사가 벼슬을 구하려고 서울에 간 사이 그의 딸 채봉이는 우연히 장필성이라는 가난한 선비를 만나 결혼을 약속한다. 김진사는 세도가인 허 판서를 만나 딸을 첩으로 주는 대신 과천 현감 자리를 받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평양의 재산을 처분하고 서울로 오는 길에, 딸은 도망가고 김 진사는 도둑을 만나 재산을 털린다. 분노한 허 판서는 김 진사를 가두고 부인은 딸에게 찾아와 첩이 되어 아비를 구하자고 한다. 그러나 채봉은 오히려 몸을 팔아 그 값을 어미에게 주고 자신은 '송이'라는 이름의 기생이 된다. 새로 온 평안 감사가 송이의 서화가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몸값을 지불하여 송이를 비서로 채용하고, 장필성도 송이를 보려고 이방으로 자원하여 감영으로 들어온다. 이러한 사연을 알게 된 평안 감.. 더보기
아우를 위하여(황석영) 전문 뭔가 네게 유익하고 힘이 될 말을 써 보내고 싶다. 네가 입대해 떠나간 이제 와서 우울한 고향 실정이나 우리의 지난 잘잘못을 들어 여기에 열거해 놓자는 건 아니야. 아무 얘기도 못해 주고 묵묵히 너를 전송했던 형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나는 우리가 지금쯤은 의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어떤 문제를 확실히 해두고, 또한 장래를 굳게 믿기 위하여 내 연애 이야기를 빌리기로 한다. 너는 십구 년 전에 내가 누구를 사랑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아마 놀랄 거다. 따져봐. 내 열한 살 때가 아니냐. 에이, 이건 오히려 형의 달착지근한 구라를 읽게 됐군, 하며 던져 버리지 말구 읽어주렴. 너 영등포의 먼지 나는 공장 뒷길들이 생각나니. 생각날 거야, 너두 그 학교를 다녔으니까. 아침마다 군복이나 .. 더보기
아우를 위하여(황석영) 줄거리, 해석 줄거리 '나’는 군에 입대한 아우에게 19년 전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초등학교 상급 학년 시절, 영등포의 공장 지대, 어두컴컴하고 질퍽거리는 노깡 속, 거기서 집혀지는 총탄과 뼈다귀들, 두려움, 나는 기절한 적이 있다. 그러다 ‘그이’를 통하여 그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난 이야기이다. ‘나’가 전학 온 서울 학교의 담임 선생님은 부업 때문에 틈나는 대로 교실을 비우고, 이 때문에 교실 기강은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 영래라는 전입생이 오고 나서부터 힘이 그 애한테 쏠린다. 영래는 아이들의 환심을 사면서 새로운 반장이 되고, 영래네 패는 대다수의 아이들을 폭력으로 제압한다. 무책임한 담임은 이러한 영래의 능력을 오히려 신뢰한다. 그러나 영래의 횡포가 심해지자, 처음에는 그를 따르던 아이들조차 .. 더보기
꺼삐딴 리(전광용) 전문 꺼삐딴 리(전광용) 전문 꺼삐딴 리 전광용 수술실에서 나온 이인국(李仁國) 박사는 응접실 소파에 파묻히듯이 깊숙이 기대어 앉았다.그는 백금 무테안경을 벗어 들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등골에 축축이 밴 땀이 잦아 들어감에 따라 피로가 스며 왔다. 두 시간 이십 분의 집도(수술칼을 잡음). 위장 속의 균종(菌腫)(혹과 비슷한 종기) 적출. 환자는 아직 혼수상태에서 깨지 못하고 있다. 수술을 끝낸 찰나 스쳐 가는 육감 그것은 성공 여부의 적중률을 암시하는 계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웬일인지 뒷맛이 꺼림칙하다.그는 항생질 의약품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던 일제 시대부터 개복(배를 가름) 수술에 최단 시간의 기록을 세웠던 것을 회상해 본다. 맹장염이나 포경 수술, 그 정도의 것은 약과다. 젊은 의사들에게 맡..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