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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바비도 (김성한) 전문 바비도 (김성한) 전문 바비도 김 성 한 바비도는 1410년 이단으로 지목되어 분형(焚形)을 받은 재봉직공이다. 당시의 왕은 헨리 4세. 태자는 헨리, 후일의 헨리 5세다. 일찍이 위대하던 것들은 이제 부패하였다. 사제는 토끼 사냥에 바쁘고 사교는 회개와 순례를 팔아 별장을 샀다. 살찐 수도사들은 외면하고 위클리프의 영역 복음서를 몰래 읽는 백성들은 성서의 진리를 성직자의 독점에서 뺏고 독단과 위선의 껍데기를 벗기니 교회의 종소리는 헛되이 울리고 김빠진 찬송가는 먼지 낀 공기의 진동에 불과하였다. 불신과 냉소의 집중공격으로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교회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이단분형령(異端焚刑令)과 스미스피일드의 사형장뿐이었다. 영역 복음서 비밀독회에서 돌아온 재봉직공(裁縫職工) 바비도는 일하던 손을 멈추고 .. 더보기
동백꽃(김유정) 전문 동백꽃(김유정) 전문 동백꽃김 유 정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 뒤에서 푸드득 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며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 더보기
아우를 위하여(황석영) 전문 뭔가 네게 유익하고 힘이 될 말을 써 보내고 싶다. 네가 입대해 떠나간 이제 와서 우울한 고향 실정이나 우리의 지난 잘잘못을 들어 여기에 열거해 놓자는 건 아니야. 아무 얘기도 못해 주고 묵묵히 너를 전송했던 형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나는 우리가 지금쯤은 의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어떤 문제를 확실히 해두고, 또한 장래를 굳게 믿기 위하여 내 연애 이야기를 빌리기로 한다. 너는 십구 년 전에 내가 누구를 사랑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아마 놀랄 거다. 따져봐. 내 열한 살 때가 아니냐. 에이, 이건 오히려 형의 달착지근한 구라를 읽게 됐군, 하며 던져 버리지 말구 읽어주렴. 너 영등포의 먼지 나는 공장 뒷길들이 생각나니. 생각날 거야, 너두 그 학교를 다녔으니까. 아침마다 군복이나 .. 더보기
아우를 위하여(황석영) 줄거리, 해석 줄거리 '나’는 군에 입대한 아우에게 19년 전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초등학교 상급 학년 시절, 영등포의 공장 지대, 어두컴컴하고 질퍽거리는 노깡 속, 거기서 집혀지는 총탄과 뼈다귀들, 두려움, 나는 기절한 적이 있다. 그러다 ‘그이’를 통하여 그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난 이야기이다. ‘나’가 전학 온 서울 학교의 담임 선생님은 부업 때문에 틈나는 대로 교실을 비우고, 이 때문에 교실 기강은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 영래라는 전입생이 오고 나서부터 힘이 그 애한테 쏠린다. 영래는 아이들의 환심을 사면서 새로운 반장이 되고, 영래네 패는 대다수의 아이들을 폭력으로 제압한다. 무책임한 담임은 이러한 영래의 능력을 오히려 신뢰한다. 그러나 영래의 횡포가 심해지자, 처음에는 그를 따르던 아이들조차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