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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김강사와 T교수 (유진오) 전문 김강사와 T교수 (유진오) 전문 김만필(金萬弼)을 태운 택시는 웃고 떠들고 하며 기운 좋게 교문을 들어가는 학생들 옆을 지나 교정(校庭)을 가로질러 기운차게 큰 커브를 그려 육중한 본관 현관 앞에 우뚝 섰다. 그의 가슴은 벌써 아까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그가 일년 반 동안의 룸펜 생활을 겨우 벗어나서 이 S전문 학교의 독일어 교사로 득의의 취임식에 나가는 날인 것이다. 어른이 다된 학생들의 모양을 보기만 해도 젊은 김강사의 가슴은 두근두근한다. 저렇게 큰 학생들을 앞에 놓고 내일부터 강의를 시작하는 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하니 근심과 기쁨에 뒤섞여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세물 내온 모닝의 옷깃을 가다듬고 넥타이를 바로잡아 위의를 갖춘 후에 그는 자동차를 내렸다. 초가을 교외의 아침 신선.. 더보기
젊은 느티나무 (강신재) 전문 젊은 느티나무 (강신재) 전문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 나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가 학교에서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때면 비누 냄새가 난다. 나는 책상 앞에 돌아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가까이 오는 것을―그의 표정이나 기분까지라도 넉넉히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티이샤쓰로 갈아입은 그는 성큼성큼 내 방으로 걸어 들어와 아무렇게나 안락의자에 주저앉든가, 창가에 팔꿈치를 집고 서면서 나에게 빙긋 웃어 보인다. 「무얼 해?」 대개 이런 소리를 던진다. 그런 때에 그에게서 비누 냄새가 난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가장 슬프고 괴로운 시간이 다가온 것을 깨닫는다. 엷은 비누의 향료와 함께 가슴속으로 저릿한 것이 퍼져 나간다―이런 말을 하고.. 더보기
B사감과 러브레터 (현진건) 전문 B사감과 러브레터 (현진건) 전문 C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舍監) 노릇을 하는 B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 의자요 찰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죽은깨투성이 얼 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 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훨렁 벗겨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찌거나 틀어 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어 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똥만하게 붙은 것이라든지, 벌써 늙어 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 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 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이 B여사가 질겁을 하다시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 더보기
페인트 (이희영) 독후감 페인트 (이희영) 독후감 저출산이 심각해짐에 따라 국가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키워주는 정책을 펼쳤고, 그렇게 나라에서 아이를 키워주는 센터를 National Children 줄여서 NC센터라고 불렀다. 그 중 13세 ~ 19세의 아이에겐 특별한 권한이 주어졌는데, 바로 부모면접을 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부모 면접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과 잘 맞는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다. 20살이 되면 nc센터를 강제적으로 나가야했고, 부모 없이 사회에 나간 아이들은 많은 차별속에 살게 된다. 때문에 아이들은 13세~19세 사이에 빨리 부모를 만나 nc센터를 나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제누는 nc센터에서 나가는것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부모 면접을 볼때면 항상 가차없는 점수를 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더보기
무녀도 (김동리) 전문 무녀도 (김동리) 전문 1. 뒤에 물러 누운 어둑어둑한 산, 앞으로 폭이 넓게 흐르는 검은 강물, 산마루로 들판으로 검은 강물 위로 모두 쏟아져 내릴 듯한 파아란 별들, 바야흐로 숨이 고비에 찬, 이슥한 밤중이다. 강가 모랫벌에 큰 차일을 치고, 차일 속엔 마을 여인들이 자욱이 앉아 무당의 시나위 가락에 취해 있다. 그녀들의 얼굴들은 분명히 슬픈 흥분과 새벽이 가까워 온 듯한 피곤에 젖어 있다. 무당은 바야흐로 청승에 자지러져 뼈도 살도 없는 혼령으로 화한 듯 가벼이 쾌잣자락을 날리며 돌아간다…….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은 아버지가 장가를 들던 해라 하니, 나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기도 이전의 일이다. 우리 집은 옛날의 소위 유서 있는 가문으로, 재산과 문벌로도 떨쳤지만, 글 하는 선비란 것도 우글거렸고, .. 더보기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전문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전문 여름 장이란 애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 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 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 선달을 나꾸어 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 번이나 흐붓하게 사 본 일 있었을까. 내일 대화장에 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 선달이 그.. 더보기
미스터 방 (채만식) 전문 미스터 방 (채만식) 전문 주인과 나그네가 한가지로 술이 거나하니 취하였다. 주인은 미스터 방(方), 나그네는 주인의 고향 사람 백(白)주사. 주인 미스터 방은 술이 거나하여 감을 따라, 그러지 않아도 이즈음 의기 자못 양양한 참인데 거기다 술까지 들어간 판이고 보니, 가뜩이나 기운이 불끈불끈 솟고 하늘이 바로 돈짝만한 것 같은 모양이었다. “내 참, 뭐, 흰말이 아니라 참, 거칠 것 없어, 거칠 것. 흥, 어느 눔이 아, 어느 눔이 날 뭐라구 허며, 날 괄시헐 눔이 어딨어, 지끔 이 천지에. 흥 참, 어림없지, 어림없어.” 누가 옆에서 저를 무어라고를 하며 괄시를 한단 말인지, 공연히 연방 그 툭 나온 눈방울을 부리부리, 왼편으로 삼십도는 넉넉 삐뚤어진 코를 벌씸벌씸 해가면서 그래 쌓는 것이었었다. “.. 더보기
운수 좋은 날 (현진건) 줄거리, 해석 운수 좋은 날 (현진건) 줄거리, 해석 현진건 호 빙허(憑虛). 1900년 대구에서 출생하였다. 일본 도쿄[東京] 독일어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상하이[上海] 외국어학교에서 수학하였다. 1920년 《개벽》지에 단편소설 《희생화》를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등장, 1921년 발표한 〈빈처(貧妻)〉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으며 《백조(白潮)》 동인으로서 《타락자(墮落者)》·〈운수 좋은 날〉·《불》 등을 발표함으로써 염상섭(廉想涉)과 함께 사실주의를 개척한 작가가 되었고 김동인(金東仁)과 더불어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가 되었다. 특히 전기 작품들은 대부분 지식인의 관점에서 시대의 어려움과 절망을 그리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빈처〉, 〈술 권하는 사회〉 등이 있다. 그러나 후기로 갈수록 하층민의 관점에서 암울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