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현진건) 줄거리, 해석
현진건
호 빙허(憑虛). 1900년 대구에서 출생하였다. 일본 도쿄[東京] 독일어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상하이[上海] 외국어학교에서 수학하였다. 1920년 《개벽》지에 단편소설 《희생화》를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등장, 1921년 발표한 〈빈처(貧妻)〉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으며 《백조(白潮)》 동인으로서 《타락자(墮落者)》·〈운수 좋은 날〉·《불》 등을 발표함으로써 염상섭(廉想涉)과 함께 사실주의를 개척한 작가가 되었고 김동인(金東仁)과 더불어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가 되었다.
특히 전기 작품들은 대부분 지식인의 관점에서 시대의 어려움과 절망을 그리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빈처〉, 〈술 권하는 사회〉 등이 있다. 그러나 후기로 갈수록 하층민의 관점에서 암울한 현실과 고통받는 그들의 삶을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보여준다. 〈운수 좋은 날〉이 대표적인 작품이며, 그 이후의 작품들이 동일한 경향을 보인다.
《시대일보》·《매일신보》의 기자로 근무하였고 1935년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일장기 말살사건으로 1년 간 복역하고 신문사를 떠났다. 작품에 〈술 권하는 사회〉·〈할머니의 죽음〉·〈지새는 안개〉·〈까막잡기〉·〈사립 정신병원장〉 등 단편이 있고, 《적도(赤道)》·《무영탑》·《흑치상지(黑齒常之)》(未完) 등 장편이 있다.
줄거리
비가 오는 날은 인력거꾼 김 첨지에게는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 붙어서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첫째 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김 첨지는 눈물 흘릴 만큼 기뻤다. 컬컬한 목에 술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앓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 사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아내는 몇 달전부터 기침을 하며 끙끙 앓았고,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었다. 김 천지는 약을 먹이면 병이란 놈이 재미를 붙여서 자꾸만 온다는 신조 때문에 아내를 의사에게 보내지 않으니 무슨 병인지 알 수 없는 체 반듯이 뉘어만 놨다. 김 천지가 이제 돌아 가려고 할 때 뒤에서 “인력거”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김 천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먼 곳을 가기 싫어서도 아니고, 그것으로 만족하려고 해서도 아니었다. 다만 김 천지는 이 이상한 행운 앞에 겁이 난 것이었다. 그리고 집을 나올 때 오늘은 가지 말아 달라는 아내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어서였다. 하지만 김 천지는 오늘의 행운을 놓칠 수 없어 걱정은 뒤로하고 손님을 태운다. 김 천지는 가끔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손님의 채근에 이내 신나게 달리었다. 그가 기적에 가까운 벌이를 하고서도 집에 가는 발걸음은 괴상하게 누그러웠다. 그런데 이 누그러움은 안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덮친 무서운 불행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었다. 최대한 느그적 느그적 집으로 향하던 김 천지는 친구 치삼이를 만나고 두려운 마음에서인지 함께 술을 마신다. 흠껏 취해서 설렁탕을 사들고 집으로 향한 김 천지가 보게된 것은 아내의 죽음과 그 옆에서 흠신 울고 있는 어린아이 뿐이었다.
이해와 감상
1920년대 사실주의 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운수좋은 날>은, 김첨지라는 인력거꾼의 하루 동안의 일과와 그 아내의 비참한 죽음을 통해 일제 식민지 치하 하층 노동자의 궁핍한 생활상과 기구한 운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첨지의 뇌리에 끊임없이 작용하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예감과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또한 외형적으로 더해가는 행운과 내면적인 불안감이 상호 맞물리면서 작품 전개의 박진감을 더해 준다. 그러나 김첨지는 그런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바삐 귀가하지 않고 술을 마시며 횡설수설한다. 이것은 불안감이 극에 달했음을 드러내는데, 그 불안은 집에 들어서면서 순간적인 공포로서 절정에 이르고, 방 안에 들어서면서는 곧바로 죽음을 확인, 비통한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
제목 운수 좋은 날
작은것(얼마의 돈)을 얻었으나 중요한 것(아내의 생명)을 잃어버림으로써, '운수 좋은 날' 이라는 표현은 비극성을 더욱 고조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등장인물
김첨지 : 가난한 인력거꾼. 선량한 하층민의 전형.
아내 : 병에 든 중년 여자. 병들고 굶주린 채 죽음.
치삼이 : 김첨지의 친구
주제
일제하 우리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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