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숙희는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와 함께 시골 외할아버지 댁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서울 모 사립대학 교수(므슈 리-숙희가 부르는 호칭이다. 불어의 Mr에 해당)가 찾아와 어머니와 재혼하게 된다.
처음에 숙희는 외가에 남겨지지만 므슈 리의 간절한 요청에 따라 숙희 역시 서울로 와서 살게 된다.
작품을 감상하며 놓칠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므슈 리와 숙희의 이미지가 기존의 의붓아버지라든지 의붓딸에 대한 이미지와는 사뭇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아무런 심리적 동요나 거부감 없이 한곳에 모여 살게 되는데 이는 혈연을 매개로 한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성립할 수 있음을 제시하는 것이라 하겠다.
기존의 관습이나 규범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족 모델을 제시하는 것인 셈이다.
문제는 숙희가 서울로 올라와 새 아버지의 아들,다시 말해 이복 오빠가 되는 현규를 만나는 대목이다.
이 장면 역시 기존의 이복 형제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현규는 숙희를 매우 친절하게 대하고 숙희 역시 그를 적대적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두 번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숙희는 오누이 아닌 오누이의 관계에서 현규를 오빠가 아닌 이성으로 느끼며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혈족은 아니지만 가족의 관습은 둘을 사랑할 수 없는 관계로 규정짓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에서 체류 중인 므슈 리를 따라 어머니마저 떠나게 되자 숙희와 현규는 단 둘이서 집에 있게 될 상황에 놓이고 이를 예감한 숙희는 서울을 떠나 홀로 시골로 내려간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기본 골격은 ‘만남’과 ‘떠남’, 그리고 ‘만남의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열여덟 살의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숙희는 이복 오빠로 만난 현규에게서 ‘비누 냄새’처럼 상큼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은 사회적으로 금지된 사랑이기에 그의 곁을 떠난다. 현규가 숙희를 찾아가서 이들은 또 만나지만, 자신들의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 다시 떠날(헤어질) 것을 약속한다. 그것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한 떠남이며 그래서 기쁨을 품은 슬픈 약속인 것이다. ‘젊은 느티나무’는 두 여인의 약속을 듣는 증인이 되며, 꿈을 잃지 않는 젊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숙희와 현규의 애정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들의 감정의 흐름을 산뜻한 감각을 지닌 세련된 문장으로 표현함으로써, 이런 소재의 작품이 흔히 보이기 쉬운 신파조(調)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사회 규범상 용납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의 갈등을 윤리적 차원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인물들이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소해 가는가에 초점을 두고, 사회 규범을 초월하는 사랑의 순수성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끝까지 맑고 청순한 사랑의 감정을 깨뜨리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실의 아픔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숙희와 현규의 의지가 감동을 줄 만하다.
배경
1950년대 6 25전쟁 이후, 서울 중심에서 떨어진 S촌과 느티나무가 있는 시골
주제
현실의 굴레를 극복하고 순수한 사랑을 성취하는 청춘 남녀의 아름다운 모습.
(현실의 장애를 넘고 이루고자 하는)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
등장인물
나(숙희) : 주인공이며 서술자. 이복 오빠 현규를 사랑하는 순수한 18세의 여고생. 시골 외가에서 후처가 된 어머니를 따라 상경함. 이복 오빠(현규)와의 근친 상간이라는 윤리적 갈등을 겪는 등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고뇌하지만, 진정한 연애의 기쁨에 젖기도 한다.
그(현규) : 22세의 대학생. 숙희의 이복 오빠로서 건강하고 세련된 젊은이. 이복 동생 숙희를 이성(異性)으로 느끼며 사랑에 빠져 고민하지만 윤리적 갈등을 순수한 의지로 극복한다.
엄마 : 젊어서 남편과 사별하고 지난날 혼담이 있었던 므슈 리와 재혼한다.
므슈 리 : 현규의 아버지이자 숙희의 새아버지. 성격이 유(柔)하고 과묵한 경제학 교수
지수 : 현규의 친구이며 장관의 아들. 숙희를 좋아하여 연애 편지를 보낸 일로 현규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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